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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육아휴직 어느 블로거의 글. 초등3학년때 근1년간 육아휴직 또낸다는..
흠.. 난 어떻게 할까?
오늘 모처럼 휴가를 내고 무려 아침 9시에 82년생 김지영을 보러갔다.
책이 출간되었을 때,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했지만,
사실 내 얘기보다는 내 후배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책 말고 영화가 보고싶었던 건, 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던 까닭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정유미, 공유가 동시에 나와서이기도 했고,
와디즈로 이 영화에 200만원을 투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건투를 빈다! 내 투자 ㅋㅋ)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모처럼 뭔가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그냥 이렇게 보고 까맣게 잊은 채 살고 싶지 않았다.
마흔 둘의 내가 이 때 이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기억하고 싶었다.
나는 이 영화를 무려 전업주부 3명과 함께 봤다. (이거슨 진정한 용기)
보고 나오는데, 누군가 뒤에서 그랬다. (나와 함께 본 사람들은 아니고)
"이 영화 워킹맘들이 보면 진짜 속상하겠다"라고.
그런데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속상한 건 워킹맘들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진짜 단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일꺼라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속상할 사람은, 이 나라의 또 다른 김지영들 뿐이 아니다.
일에 대해 이 정도의 꿈도 꾸어보지 못했을 본투비 전업맘들,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힘든지 모르고 이런 시기를 외면했던 많은 남자들,
그리고 엄마의 발목을 잡았던 걸 뒤늦게야 알게 된 수많은 아들 딸들,
딸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던 수많은 아빠들,
내 딸의 자식을 키워주지 못해서 뒤늦게 생각이 많아질 수많은 어머니들...
이 영화에는 상처를 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이 김지영일 뿐.
나는 사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는데,
나 때문이 아니라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였다.
이미 돌아가신 우리엄마의 인생은 어땠을까.
주고 또 줘도 늘 더 주고 싶어했던 엄마는 지금 살아계셨다면,
또 다른 김지영인 나를 대신해 무언가 하려는 더 나이많은 김지영의 삶을 살고 계셨겠지.
특이하게도 이 영화에는 악역이 없다.
이 시대에 안맞는 뻘소리 하는 할머니들이 몇 나오고,
꼰대같은 남자상사가 한둘 나오긴 하지만,
정말 제대로 된 악인이 없고, 모두 서로를 어떻게든 보듬어주려고 노력한다.
시누이도, 시어머니도, 내 기준으로 봤을 땐 오히려 좋은 사람에 가까워 보인다.
난 이게 가장 핵심같다.
이 세상에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꿈이 있는 사람은 꿈에 닿지 못해서 힘들고,
꿈이 없는 사람은 꿈 없이 사는 삶이 힘들거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하면.
그래서 어떻게든 손을 내밀고 도와주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에 비극은 없다. 나를 진짜로 생각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절대 사람은 망가지지 않는다.
다만, 아무리 도와주려고 노력해도.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내 문제는 내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는 것.
고로, 내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아끼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나는 오히려 들었다.
나는 워킹맘이고,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며 힘들게 10년 간 육아를 해왔지만.
나는 김지영은 아니다.
알뜰살뜰 나보다도 더 아들을 잘 봐주신 시부모님이 계셨고,
내 입장을 최대한 배려한 회사가 있었고, 동료들이 있었고,
어떻게든 나를 아껴주려던 남편도 있었다.
그리고 난 안타깝게도 최소한 지영이만큼 꿈과 열정이 가득하진 않았다.
정 안되면 회사를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했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그 나름의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좋게 말하면 난 너무 융통성 있게 상황에 나를 맞추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 김지영이가 부럽기도 했다.
저렇게 하고 싶은 게 있고, 이루고 싶은 게 있구나.
그게 나와 다른 점이고, 그래서 너는 더 힘들었구나.
나는 나보다 다섯 살 어린 김지영이를 꼭 안아주고 싶고, 다독여주고 싶고...그랬다.
너는 너무 착해서 그래...(아무리 영화지만, 어쩜 넌 화를 한 번도 안내니?)
너는 너무 열정이 많아서 그래...(현실세계에서도 너를 만나보고 싶어. 회사 안에서!)
너는 너무 꿈이 있어서 그래...(이건 진짜 축복이야-)
그냥 다 괜찮아. 지영아. 진짜 다 괜찮아.
그리고 내 후배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을 때...
진짜로 옆에서 손 내밀어 주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졌다.
내 딸은 없지만, 내 딸이 있다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니 우울하지 말고 잘 헤쳐 나가 보자고 말해보고 싶었고,
우리 엄마는 안계시지만, 나에게도 같은 말을 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