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7일 화요일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장가가자마자 네 계집만 알아.
이 불효 막심한 놈아"

이런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라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 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대강 이런 것들이 내가 내 아이들에게 바라는 사람 됨됨이다.
그렇지만 이런 까다로운 주문을 아이들에게 말로 한 일은 전혀 없고 앞으로도 할 것 같지 않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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